물살동이에서 물살교사가 된 정윤이의 이야기 :)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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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평생인, 참 맑은 물살에게


 안녕하세요, 5살 막둥이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2010 ~ 2025)참 맑은 물살 캠프에서 키워진 이정윤이라고 합니다. 캠프가 꾸준히 운영될 수 도록 지원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제가 성인이 되어 교사로써 참 맑은 물살 캠프를 참여하게 된 첫해인데요!


                                                                                           <2014년 참맑은 물살에서 정윤이>


물살 동이로 참여하며 받았던 사랑, 관심을 나눌 수 있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고작 1년 차이지만 교사의 입장으로 본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동안의 물살 캠프가 재미있을 수 있도록 뒤에서 이렇게나 많은 분들의 노력들이 들어가는 것을 몰랐다가 이번에 함께 노력하게 되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내가 이렇게까지 아이들을 지켜보고 관찰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죠? 숨쉬듯이 애들 생각이 나고, 보고싶고 그러더라구요. 먼저 물살 교사가 된 언니들, 오빠들도 나를 보며 그랬을까? 궁금해지는 마음입니다. 

여러분은 여름 하면 무엇을 떠올리실까요? 저의 여름은 물살입니다. 1년 동안 바쁘게 현생을 살다가도 기가막히게 여름만 되면, 매미만 울면 그렇게 생각이 나요. ‘00이 보고싶다! 좋았는데!’ 하며 제 기억 뒤편으로 겨우 밀어둔 제 여름이. 웃는 얼굴로 너, 나 모두가 돌아오는 참 맑은 물살 캠프가 거대한 물살을 일으키며 떠오릅니다. 언젠가부터 나에게 온전한 휴식이 되어주는 이곳을 매년 기대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정말 나에게 물살은 한평생의 사랑이 되겠구나 느꼈습니다. 물살이 참 좋은 이유가 많지만 역시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온전히 나로서 있을 수 있기에 쉬어갈 수 있는!

23년도 고2 왕언니 시절, 제 반쪽 선우와 단둘이 놀았던 시간을 종종 떠올립니다. 입시 준비생도 아니고, 보조교사도 아닌 온전한 물살동이로써의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둘이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는 핑계로 정말 데이트를 즐겼는데요. 정신없이 떠들면서 그동안의 물살에서 있었던 재미난 일들, 아쉬운 것, 앞으로의 걱정 등을 진하게 나눴었습니다. 사뭇 서정적인 토크를 지나 둘이 추억이 담긴 냇강마을을 돌아다니며 촬영할 때는 처음 물살에 온 것처럼 아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장면,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동안 받아온 관심과 사랑을 집 한켠에 고이 보관하며 꺼내보곤 했습니다. 

올해 물살 전시를 위해 제 물살 일기와 상장들을 꺼내어 혼자 돌이켜 보았을 때는, 웃다가도 무엇인가 그리워져 울기도 했네요. (부모님은 모르십니다 하하)어느덧 성인이 된 저에게 물살은, 바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지칠 때, 문뜩 떠오르는 추억으로 저를 또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구요,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마음속 기둥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두와 함께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해 나가던 어릴 적 나의 모습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모둠 교사가 되어 올해의 물살을 지내는 동안, 물살 동이들에게도 이러한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다르게 첫 교사로써의 물살은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생에서도 미술교사를 하고 있으니, 아이들과 무리 없이 잘 지낼 수 있겠지 했지만!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인생은 실전이라잖아요.. 강력했습니다 제 첫 실전 ㅋㅋ


                                                                                              <물살동이들에게 잡힌ㅎ정윤이>


오랜만에 본 물살동이 들이 서로 반가워하면서도 낯을 가리던 상황이나 정신없이 매 순간 전쟁이었던 식사 시간에서는 정말 무너질 뻔! 했습니다만, 역시 지금 돌이켜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더라구요. 제가 버거울 때마다 같이 해 주셨던 성희쌤, 바쁜 와중에도 도움 주시던 민정쌤, 선우샘, 심현쌤, 유미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쌤이 힘들어 보인다며 옆에서 응원하던 형아들, 언니들도 고마워요ㅋㅎㅋ)

서로 어색하게 점심 도시락을 먹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 녀석들, 낯을 가리면서도 한 책상에 둘러앉아 통성명도 안 했지만, 처음 왔지만! 그럼에도 자기들의 점심을 나눠 먹으면서 장난치며 친해지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물살은 참 신기한 곳입니다. 평소 같으면 처음 온 친구랑 이렇게까지 친해지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정말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공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부디 물살 캠프가 오래오래 이어지는 것입니다. 물방울들이 하나, 둘 모여서 큰 강을 이룰 때까지. 거센 파도를 이겨내는 물살이 막힘없이 흘러 모두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오래오래 흘러가길, 그렇게 바랍니다. 이젠 입시를 준비하는 고1 형님들에게 치열한 경쟁 속 휴식이 될 수 있는 참 맑은 물살 캠프가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그 후에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참 맑은 물살 캠프가 매년 행복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많은 분들 중에서도 대장님, 심한기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제 짧은 20년의 삶 속에서 물살이 있어 저는 더 특별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대장님의 수제 레시피는 언제나 맛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과 소스는 정말 최고입니다. 오래오래 뵙고싶어요, 자전거 타고 저희를 따라오시는 그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지! 확성기로 앞에서 말씀하실 때는 오늘은 또 뭘 하고 노는걸까, 설레었습니다. 참 맑은 물살 캠프, 그곳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저희만의 추억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친구와 놀고 먹고 뛰어놀 수 있는 자유, 언제나 변치 않고 날 반겨줄 친구와, 처음 보는 친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여유, 강과 계곡과 마당과 이웃들을 만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의 여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윤이가 그린 2025년의 물살동이, 그리고, 물살에 대한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