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동이에서 물살교사가 된 선우의 이야기 :)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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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한 번, 그것도 일주일이 안 되는 그 반짝하는 시간이 뭐라고 계속해서 기다려질까? 


2012년, 7살에 처음 물살동이로 참가했던 나는 어느새 2025년, 20살이 되어 첫 물살 교사가 되었다. 막상 캠프가 시작되기 전 긴장 되냐는 질문엔 “별로 떨리진 않아”라고 말했지만,  캠프가 끝나고 나니 그 말은 자기 암시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21년 첫물살에서의 선우-오른쪽>


‘아이들이 싸우면 어쩌지?’, ‘내가 교사로 보일까?’, ‘기존 선생님들에게도 교사로 느껴질까?’ 등 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또, 그 또래 아이들과 오랜만에 소통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다. 떨림과 불안 속에서, 그렇게 나의 첫 물살 교사가 시작되었다.

교사로서의 물살은, 물살동이로서의 물살과는 사뭇 달랐다. 가장 다른 점이라면, 내가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놀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고등학생, 보조교사 시절에는 내가 물살동이인지 교사인지 헷갈리고 내가 열심히 놀아줘도 다음에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니까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이젠 이 뒤의 일정을 내가 알고 있으니 놀아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알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이었다.

이번 물살 캠프를 다녀오면서 물살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물살에 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시골 학교에서 자란 나는 고무줄놀이, 비석 치기, 땅따먹기 등 익숙한 놀이를 캠프에서도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핸드폰 없이 내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 몇 시에 밥을 먹는지, 몇 시에 자는지도 모른 채 노는 것이 소중하고 즐겁게 다가왔다.

                                                                                                                     <이 구역의 물살동이는 정선우다! ㅎ>


그렇게 짧은 시간이지만 더 열심히 놀아서일까? 물살에서 맺은 인연은 더욱 각별하게 남는다. 그 중 하나가 이번에 같이 첫 물살교사를 하게 된 정윤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나이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정윤이가 나에게 “우리 아빠 차에 젤리 있는데 먹을래?”라고 말했고 우린 성종 쌤 차에 몰래 타서 햄버거 젤리를 먹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이정윤은 “너 이거 나 만날 때 마다 말하는 거 알아?”라며 질색한다. 그만큼 나한테는 소중한에피소드이다. 

해마다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이지만, 그런 친구가 나와 첫 교사를 함께한다는 사실이 위로되었다. 처음 교사를 하면 멘탈이 나가는 경험을 한다던데 나 역시도 피해 가지 못했다. 내가 두 사람으로 쪼개졌으면 하는 상황에 내 몸이 하나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내가 강단이 부족한 건 아닌지, 교사 자격은 있는지, 누구라면 이 상황을 잘 정리했겠지… 순간 정말 여러 생각이 겹쳤다. 하지만 같은 처지인 사람을 보면 위로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역시 나와 같이 멘탈 터진 정윤이를 보고 너무 웃기면서도 의지가 되었다.

물살에 오는 아이들도 가끔 말한다. “물살이 사라지면 어떡해요?” 나 역시 어릴 적, 같은걱정을 했다. 점점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내가 주주가 되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가 물살에 갈 나이가 되려면 아마 30년 후일 텐데 그때까지 물살이 있을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지금도 여름이 다가오면 ‘내년에도 괜찮을까?’, ‘새로운 아이가 올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만큼 물살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깊은 애정을 주는 공간이다. 1년에 단 3박 4일만 함께하는 사이인데도, 그 반짝함이 뭐라고 모두가 이 캠프를 사랑할까?  물살이라는 이 좋은 프로그램이 과거형이 되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올지라도, 물살은 나에게 ‘노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공간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놀 때, 그들이 얼마나 밝게 웃는지. 난 그 웃음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어느덧 여름의 한 조각이 된 물살이 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