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성장과 연대[성북-마을배움네트워크⑤] 성북월간동네교육 민들레 책을 읽었습니다.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29
조회수 799

1. 소개하는 시간



# 소개만으로도 서로에게 배움이 되는 자리.



작년 10월부터 성북월간동네교육을 빠짐없이 가지만, 매번 오는 분들이 달라짐에 꼭 한 시간 넘는 소개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매번 만나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서 소개의 수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의 소개에도 살이 붙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야. 너는 누구니?”



그 물음 앞에 우리서로 관계의 그물망을 만들어 간다는 말이, 서로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된다는 말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렇게 우리는 접촉을 넘어 존재의 연결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류시화 글을 읽다 접촉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짧게 소개 할까 한다.  

  


 

“연결은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서로를 보살피는 것.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지금 우리는 ‘연결’을 자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쉽게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뿐 접촉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혹은 휴대폰으로 쉼 없이 문자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접촉을 연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오래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문화 속에서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실패는 쉼 없는 접촉 속에서 진정한 연결을 잃어버리는 데 있다.  

 


- 류시화, 접촉과 연결 - 

  




  

우리가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재와 존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나누고, 그러다 보니 서로의 일들을 함께 도모하고 보살필 수 있는 것. 성북월간동네교육은 그러한 방향과 관점으로 서로 만나고 있음에, 나 또한 이 모임의 공간이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 마을, 교육, 공동체 - (사업) 



5~6년 전쯤 마을, 교육, 공동체, 라는 단어가 사업이라는 단어를 만나 지역사회 안에 뿌리내림 하기 시작했다. 그 단어와 단어들의 만남과 연결이 5~6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이제는 마을, 교육, 공동체 라는 단어의 연결 그리고 사업이라는 단어와의 연결을 다시 생각하고 재해석 또는 재연결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는 생각이 든다. 122호 민들레에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에 관하여 다양한 관점으로의 이야기를 제시하고자 하였기에, 마을교육(배움)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토론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 들었다.

 

 




3.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아니라 삶입니다. / 이승훈 센터장



혜민의 제안으로 이번 월간동네교육에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이승훈 센터장님이 함께 했다. 이번 민들레에도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아니라 삶입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셨기에, 사업이 아닌 삶이었던 센터장님의 과정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 했다.



# 마을이 뭘까?



마을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 유행처럼 번졌다.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을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사업’이 되었다. 모든 사업계획서에는 ‘마을’을 녹여내야 했고, ‘마을활동가’라 이름 붙여지는 것에 마을을 정의 내리지 않으면 스스로 존재의 틀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도 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마을을 정의해야 하는 어떤 과제를 부여 받고, 부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승훈 선생님이 마을에 대한 상이 선명했던 것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공간을 사랑하는 사람, 살아가고 싶은 곳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을’이라는 단어만 이야기 하면 모호해 질 수 밖에 없죠. 그냥,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무엇을 해 볼지 생각하면 구체적이어 질 수 있어요. 사람이 연결 되어 일이 되면 마을이고, 사람의 연결 없이 되는 곳은 사업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 김경옥 -



“시민의 참여가 생활세계에서 출발할 때, 시민의 자발성이 발휘되고 그래야 지속성이 확보 된다. 또한 생활의 문제를 이웃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토대로 하소연하고 궁리하며 그 해결을 모색 할 때, 일상성과 지속성이 생긴다. 따라서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시민사회의 역동을 만드는 일은, 바로 생활세계에서 생활의 필요에 기초한 주민들의 친밀한 관계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 유창복 -



자본주의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한 문제점을 풀어 보려 마을이 등장했다. 80~90년대에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 투쟁의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삶속에 천천히 녹아 그것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본주의를 이기고 공공적이고 연대적인 삶을 우리 삶속에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힘은 나 스스로부터의 변화이고, 나 스스로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제일 큰 원동력은 나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마을’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 마을은 사실 개개인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정의 될 수 있으며, 살아가는 공간의 바운더리 또한 다양하게 정의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을이라는 언어에 갇히지 말고, 마을을 사업에 가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지역에 힘(사람)이 있음을 믿기.



“부산 반송동에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을 했었습니다. 이 사업을 하면서 마을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힘을 잘 연견 시켜주는 역할을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 이승훈 -



이승훈 센터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일 마음 깊게 다가왔던 이야기는 ‘지역의 힘’ 그중에서도 ‘사람의 힘’ 대한 이야기였다. 센터장님은 마을에는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의 힘을 잘 연결시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을 거란 믿음과 지향으로 마을에서 일 해 온 듯 했다.



마을에서 우리가 쉽게 ‘자원’(그것이 공공의 언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 부르는 ‘사람’. 우리는 ‘사람’을 통해 ‘무엇’을 도모하고 싶어 하는 걸까?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발견하거나, 혹은 확인시켜 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일은 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게 공공의 일



행정은(정부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을 수면위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도 ‘사업’이라는 공공의 언어가 투입되면서 다양한 활동들이 양적으로 증가 했으며 이를 통해 동기화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이는 ‘사업’이라는 언어가 가진 장점이라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사업’ 은 곧 성과와 결과라는 수치로 표현되고 흡수되어야 지속 가능함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이에, 성과와 결과가 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는 말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마을은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어’, ‘우리가 지금 움직이고 있어’를 애석하게도 숫자로 증명해야 했고, 그 증명의 과정이 이제는 여러 문제점으로 마을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사람의 성장과 관련해서, 마을활동가들이 스스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자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결국, 자원이 아닌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함께의 일을 도모하는 것. 사업이 아니라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자원으로 해석되는 과정을 다시 바라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의 힘을 믿고, 그 힘들이 연결되고 더 나아가 그 연결된 힘들이 제대로 성장 할 수 있게 돕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 지역의 힘이 자라나기 위한 시간의 필요



“공무원에게 마을사업은 일이고, 주민에게는 삶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성과가 필요하고 주민에게는 성과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니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 반송마을 김혜정-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사업은 교육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사업이었습니다. 지역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었어요. 그런데 지역의 힘이 자라기도 전에 그만두겠다고 하니 화가 났습니다.”

- 이승훈 -



마을사업의 성과는 ‘사람의 성장’에 있다. 사업이 아니라 삶이었던 과정이,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다 보면 삶

이 사업이 되기 마련이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가 해결 할 수 없는 교육의 문제를 마을이 함께 해결해 보고자 만들어진 다양한 사업들이 콘텐츠 중심으로 흘러가거나 가장 불러 모으기 쉬운 대상(초등)에 맞춰지는 것은 시스템 안에서 삶이 사업의 측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마을은 삶이다. 그러므로 마을(교육 공동체)사업은, 삶으로써 풀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과정들과 협력들이 필요하다.

 

 


4. 그래서 나는? 우리는?



이승훈 센터장님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마음 깊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발 딛고 선 땅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은 너무 중요하다. 사람들의 가진 힘을 발견하고, 그 힘들이 지역에서 또 다른 힘과 연결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일은 마을을 재발견 할 수 있는 움직임이고, 마을에 힘이 만들어 지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시적 체계를 바꾸는 일 뿐 아니라 미시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거시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일 또한 필요하다. ‘누구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에서 벗어나려면 그 사례들이 보편적 활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변화들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 그게 무엇일까? 우리는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 내게는 그런 고민이 드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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