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성장과 연대[활동가 연구학교] 활동가 김원익의 후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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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교를 나서며

 

 

 

소년은 바다에 나가고 싶었다.


소년이 갈대보다 커졌을 때부터 섬에는 소년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마지막 발자국을 찍었을 때,


소년의 눈에 바다가 보였다. 


하늘만큼 넓은 바다가 소년의 눈에 가득 담긴 날,


그날부터 소년은 바다에 나가겠다고 결심했다. 



 

소년은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섬을 돌아다니며 튼튼한 나무를 베어 해변으로 가져왔다.  


점점 완성되는 배의 모습에 소년의 밤은 점점 길어졌다. 


긴 밤 동안 소년은 매일 어둠 속에서 노를 저었다.



 

상상의 항해가 어딘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가 완성됐다. 


소년은 지체 없이 바다에 배를 띄웠다. 


어젯밤 내내 깎아 만든 노를 바다에 담그고 힘차게 노를 저었다. 


섬이 작아졌지만 소년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끝없는 바다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거대한 고래 위를 지나, 날치들이 옆을 날아다녔고,


상어들에게 둘러싸인 소년을 거대한 배가 구해주기도 했다.


소년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거대한 검은 구름 아래를 지나며 비를 흠뻑 맞을 때도 소년은 웃고 있었다. 


천둥소리보다 소년의 웃음소리가 더 멀리 퍼져나갔다.



 

소년이 누워서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밤하늘에 수천만 개의 별이 떠 있었다. 


소년은 별들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잡히지 않았다. 


환한 별과 달리 자신의 두 손은 어둠에 가려 희미했다. 


소년의 눈에 비로소 어둠이 보였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를 저어왔던 곳을 향해 돌아봤지만 어둠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난 어디로 가야 해?”

 



소년은 바다에 나와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김원익의 말


살면서 두려워지는 순간은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인 것 같아요. 

내가 딛고 있는 땅과 그 땅 위에 서 있는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연구학교를 만나 느끼게 됐습니다.


처음 연구학교에 들어가 생각했던 연구주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연구학교가 끝날 때쯤 

그 일을 하고 있는 ‘나’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뀌었고, 연구학교가 끝난 지금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뀌었어요. 

지금까지 “그랬었지.”라고 생각했던 내 지나온 삶들이 “그랬던 게 정말 맞아?”라는 질문으로 바뀐 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뿌리에 대한 질문에서 파생될 다양한 사유들을 꽃다발로 생각하고 졸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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