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시선사업계획서가 주는 힘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29
조회수 2858

청소년마을배움사업의 첫 아카이빙은 이제 막 활동가로서 살아보겠다는 25살 청년 고민정이 사업계획서를 쓰는 찌질한 과정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 활동가 고민정

십대 시절 많은 것을 했다면 할 수 있지만 참 모질게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만 오면 모든 걸 다 얻을 줄만 알았으나 얼마가지 않아 무기력과 불안감에 찌들었던 나 였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것이 참 겁이 나는 일이었다. 많은 청년들이 그러하듯.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행복이란 뭘까, 나다움은 무엇일까.. 뒤늦은 사춘기가 오며 참 고민이 많았을 때 운이 좋게 품을 만나 십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맛보게 된 진짜 ‘삶의 배움’과 ‘살아있는 관계’, ‘변화’의 향기가 너무 향긋했고, 참 매력적이었다. 그때부터 내 삶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진해지고 있다. 

 


하지만 좋기만 했을 뿐 사업적으로 생각을 해본적도 계획서를 써본 적도, 아주 어설픈 경험만이 있던 내가 청소년마을배움사업 계획서를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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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금엉금 앞으로 나아가질 않던 시간들

한번 써보자!며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논의조차 불가능한 꿈나라 이야기를 잔뜩 썼었다.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왜 쓰는 것 인지부터 알아야 했었다. 함께 하는 선생님들에게 배우고 곱씹어가며 질문을 적어보고 그림을 그려갔다. 하지만 참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들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추상적으로, 느낌적으로 알던 것들은 아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으며 어떤 부분이 얼마나 비어있는지 왜 연결이 안 되는지 그러한 내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들이 참 많았다. 아주 조금씩 파편적이던 마을배움과 청소년에 대한 생각들을 관련된 이론이나 근거자료들을 찾아보며 생각을 정리해 나갔고, 지난 시간 함께 했던 아이들의 후기들을 하나씩 다시 들춰보며 아이들의 언어를 해석하고 다시 소화시켜보았다. 참 지지부진했지만 추상적이던 언어와 생각들에 조금씩 힘이 생겼다. (반 쪽 쓰는데 4일이 걸렸다.ㅋㅋ)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계획서 말고도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솔직히 그러한 일상 속에서 사업계획서를 쓰는 시간은 참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본질에 대한 고민, 활동가 본인의 고민에서 시작되는 살아있는 사업을 상상하는 시간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나의 삶으로 들어오기에 너무나도 좋은 터널이 되어주었다.

 

 

#. 영혼 없는 페이퍼가 되지 않길

고민이 거듭될수록 페이퍼에 갇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써내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쓰는 것에 집중을 하는 나를 바라보았다. 과제와 숙제를 해내듯 말이다. 과감히 쓰던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떤 사업계획서를 쓰고 싶은걸까?’, ‘지금 쓰고 있는 언어에 얼마만큼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는가?’ 등등.. 좀 더 솔직한 이야기로 뻗어지는 계획서를 쓰고 싶었고, 한 단어에도 나의 생각들이 펼쳐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아이들과 과정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힘이 더 생길 것 같단 생각이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십대시절, 대학시절, 그리고 지금의 나와 일상 대한 글쓰기를 통해 수많은 억압과 강요들, 무의미하게 소모된 시간들, 인내가 미덕인냥 지내왔던 시간들이 참 많이 떠오르고 해석되었다. 깊이 녹여져있던 일상 속 폭력이라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사업계획서에서 담고자 하는 ‘십대가 주체’라는 단어 하나에 대해 당사자의 경험과 생각들이 풀어지니 단순히 페이퍼로 남는 이야기가 아니라 십대를 바라보는 일상적 태도와 문화를 살피게 되며 Here&Now에 의미가 깊게 다가왔다.

 

 

#. 함께 하는 식구들(집단의 힘)

함께 하는 조직의 문화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많은 조직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살아있는 사업계획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로 방법적이고 실행적인 측면에서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리고 알고 있다며 암묵적 합의로 본질에 대한 생각들을 넘기곤 한다. 청소년마을배움사업에 대해 모든 식구들이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토론하고 개개인의 생각이 덧대지며 또 다른 생각들로 뻗어지는 과정. 그 속에서 생각의 확장이 되었다. 만약 조직 내에서 토론하고 본질에 대한 사유를 놓지 않고 가지 않았다면 끝까지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며 계획을 만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을배움터에서 이루어지는 사업들을 서로 연결시키며 함께 토론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사업별로 역할별로 분리되어 움직여졌을지도 모른다.  

 


완벽하진 않지만 엉금엉금.. 물로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얼른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가득해진다.

 

 

[활동가 고민정이 생각하는 사업계획서를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1. 활동가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욕구와 문제의식으로부터!

2. 활동가의 역량과 현재 상황에 기반한 현실가능하게 상상하기!

3. 일로써 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의 문화, 태도에도 연결하기!

4. 조직이 모두가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문화 만들기!


글쓴이 : 활동가 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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