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05 21:56
1126-30_지금 우리가 걷는 길
 글쓴이 : 정이가령
조회 : 1,494  
11.26 학교 선생님들(렌전,까르마,라즈꾸말)과 마을,사회,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한 날.

11.26
누구를 위한 발전이며 무엇을 위한 발전인가.
삼성 이건희 회장과 네팔 헬람부 멜람치에서 살고 있는 머머따는
라즈 꾸말이 이야기 한 것 처럼, '발전된 산업 환경' 에 사는 '같은' 한국인 일까.
전지구적 세계화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멈추게 했고,
사람이 돈을 쓰는 사회가 아닌 돈이 사람을 쓰는 세상을 만들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라는 듣기 좋은 명제에 '돈'이 끼어든 순간,
우리는 우리가 사람임을 잊곤한다.
우리가 사람임을 안다. 너도 사람이구나, 여기 사람이 있구나.

한 사회가 한 사회를 만난다. 한 사람이 한 사회를 만난다.
한 사회가 한 사람을 만난다.
누군가는 한 사회를 발전이라 하고, 누군가는 또 한 사람을 따뜻하다 한다.
한 사회는 돈을 버는 법에만 몰두하느라 돈을 나누는 법을 생각하지 못했고,
한 사람은 다른 사회가 바빠지는 모습에 덩달아 바빠지려고 한다.
한 사회의 살마은 돈 만들기에 온 생을 쏟느라, '내가 누구인지'를 잊었고
한 사람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수만가지의 삶의 맛 중 돈,이라는 조미료를 수입하고 있다.
한 사회는 한 사람에게 아주 기이하게 커 버린 선인장의 붉은 가시에 머리카락을 찔린다.
한 사람은 한 사람일 때 눈을 마주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눈싸움일지라도.
이 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 이 곳이라서 사람이 산다는 것.
그렇게 보고나면 '살아가는 사람'임을 안다.



11. 27. 잔디 심기 노작. 개인프로젝트 중간 정리.

하루에도 몇번 씩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나무에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고, 찌아를 끓이고, 소에게 여물을 주고, 가족들을 위한 밥을 하고,
닭이 낳은 계란을 거두고, 아궁이를 닦고 밭을 살피고..

하루에도 몇번 씩 같은 일을 하며,
그 같은 일을 평생이고 계속 하며 만든 그 반복의 미학을
손 끝으로 만들어온 사람의 눈빛은 허투루 대할 수가 없다.
나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내가 반복하는 것.
나의 정체성은 내가 반복하는 것이 만들고,
한 마을은 그 마을의 사람들이 반복하는 일로 만들어진다.
즐겁게 반복하고 즐겁게 지속하는 것.
내가 반복하는 것, 반복 했던 것, 지금은 반복하지 않는 것
무늬만이 반복하는 것, 네팔에서 반복하는 것.
멜람치에서 우리가 만들어온 반복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11.28.
아 손시려워.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면 한 삼십분 후 부터 손이 시렵기 시작한다.
손시려움이 몸에 저장이 되나보다.
생리통이 정말 덜해졌다. 어차피 아파도 진통제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이 없으니
약으로 달래질 만큼만 아픈건가 싶다. 겁이 많은 몸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 무늬만의 졸업, 졸업식을 상상한다.
밥은 물을 많이 넣어야 배가 부르다.
허그하우스 라는 마치 러브하우스 프로그램이름 같은 조금은 오그라드는
이 이름이 자연스러운 모습.
구름이 이 집을 안을 때. 그때 였다.
가끔은 누군가를 안아주는 허그보다,
말없이 안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리는 안기고 있구나.


11. 29 한주나눔 글.

애들에게 자기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디쯤 있는 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 그 길위에 함꼐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림을 그려보라 했다. 무엇을 했고, 또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는 하루하루 그리고 시간 마다 충분히 나누고 있으니 시간을 마무리하는 지금의 시간에서는 다음 걸음을 생각하며 내가 걷고 있는 길을 한 눈에 그려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그치만 어렵기도 막연하기도 했겠지. 산길이던, 물길이던, 바람길이던 그 어떤 종류의 길이던 내가 살고 있는 오늘 하루의 시간은 어떻게든 내 삶의 길이라는 시간과 공간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려간다. 실은 아주 어렵고 또 실은 아주 단순한 질문. 나는 어디로 걷고 있는가.

언젠가부터 내가 어디로 걷고 있는지 다음 걸음은 어떻게 내딛고 있는지 물어볼 겨를 없이 살곤했다. 어떻게 내딛었는지도 모르게 나의 걸음은 이미 저만치 가있었고 진 현실의 나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들에게는 수없이 묻는 질문을 나 스스로 답하지 못했고, 품에서 ‘함께 산다’하는 사람들의 힘듬 버거움들은 늘 먼저 묻고 이렇게 해보자 다독이면서 정작 나의 버거움을 있는 그대로 나누기엔 늘 시간이 부족했고, 마음이 부족했다.

무늬만학교 4년. 처음의 무늬만학교를 만들고 현샘과 지성이와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홍보문을 뿌리러다니고, 처음으로 오지산 전지현 정규민 장서영 과의 무늬만면접을 밤 늦게까지 준비하고, 면접에서 아무 이야기도 못하던 장서영을 과연 합격시켜야하는가를 두고 긴 회의를 하기도 했다.
첫 입학식을 준비하며 섭샘은 박을 만들고, 지성이는 꽃을 만들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결국 그렇게 ‘합격’했던 장서영은 이제 곧 스물한 살이 된다.
주말과정 3년,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1년..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그냥 지난 시간이라기보단 그렇게 시간을 만들었다.
주말과정 3년은 늘 토요일 수업 전날 혼자 참 많은 새벽을 맞이했고, 수 십개의 피피티를 만들었다.
올 한해  일상 과정 1년은 일주일을 마치 하루처럼 살았다.
무엇을 배웠고 무엇이 성장했나. 늘 무늬만학교의 1년을 마무리하며 만드는 책 무늬긋기를 쓸 때 생각해보자던 질문. 니네 참 어려웠겠구나.
지난 4년 동안 내가 배웠고 성장한 것들. 아직 무엇이라 말하지 못하겠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방어가 커서 어떻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나 스스로의 버거움을 잘 봐주지 못할 정도로 나에겐 참 즐겁게 자유로운 시간이었으며, 내 생에, 스스로 가장 당당한 시간이기도 했다. 꼰대들, 어른들에겐 감출 수 없는 싸가지로 대하는 내가 진정어린 마음의 자유와 편안함 그리고 나 다움을 지난 4년 동안 함께 무늬만이란 이름으로 함께 지낸 아이들, 사람들과 느꼈다. 매 순간 잘하려,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진심을 다한 시간이기도 했고, 하다하다 안된 것들, 못한 것들, 나의 부족으로 내던진 시간이기도 했다. 가끔은 애들에게서 나의 못난 모습, 어떤 나의 모습을 보고 섬뜩하기도, 무섭기도 했다.

쓰다 보면 끝이 없을 그런 시간들. 그런 무늬만이라는 이름의 시간으로 걸었던 나의 길을, 이젠 다른 시간으로 살아보려 한다.
나에게도 졸업이 필요하겠구나, 졸업으로 내 삶의 무늬만학교를 살아내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했다.
일년 그리고 더 긴 시간을 함께 살며 나를 나 일 수 있게 참 많은 질문과 성찰을 던져 준 너네 들이라,
나 역시 이런 나의 길을, 나의 걸음을 마음먹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다. 어쩌면 참 갑작스럽기도, 어쩌면 모두 다 알 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런 나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어떻게 언제 하면 좋을지 잘 모르고 싶어서 내 마음을 가끔 무겁게 하기도 했떤 이야기.를 결국 이런 글로 하고야 만다.

너네의 길 그리고 걸음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듣기만 할 수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함께 걸은 시간은 우리가 걷는 삶이라는 길에 언젠가 점 하나로 남겠찌만, 그 점이 만드는 또 다른 길에서 우린 또 만나고 서로의 길 안에 서로를 들이게 하겠다.
네팔에서 함께 산 시간은 우리가 앞으로 서로의 길에 또 어떤 관계로 남으면 좋을지 더 많은 상상과 더 기쁜 참견을 가능하게 한 시간이었다.
장판을 돗자리 삼아 뒹굴거리고 있는 요띤처럼 이 시간을 너네가 선물한 돗자리를 들고 떠난 삶의 소풍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삶에 다가가는 기쁜 참견. 언제 어떤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 내가 잊고 있었떤 나의 이름을 불러줄 그런 참견. 내 삶에 참견해준 그리고 내가 참견해도 되는 곁을 내어주는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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