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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으로 살아라...

글쓴이 : 희말라야무… 날짜 : 2017-03-25 (토) 20:20 조회 : 718

복합적-유연성....”

우리는 한 가지만을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한다.

눈에 보이는 확실한 이익이나 성과나 확신에는 익숙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나 가치에는 선 듯 마음의 선택이나 확신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것에도 적지 않은 아쉬움을 쌓아간다. 눈에 보지지 않거나 손에 만져지지 않는 가치를 자주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자극이나 울림이 중요하다. 그 자극과 울림은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늘 스스로의 자극과 울림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중에 타인으로부터 오는 자극과 울림을 만나면 더 큰 영혼의 흔들림이 될 수 있다 

나의 일상은 늘 선배보다는 후배들이 더 많다.

품 안에서도, 품 밖에서도, 네팔에서도 심한기는 늘 선배 또는 대표로서의 일상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후배, 동료로부터의 자극 또는 스스로의 자극과 울림에 익숙하며 그런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몰려드는 허전함에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오래된 선배의 직언, 조언, 비판, 충고 또는 아낌없이 넉넉하게 나를 품어 줄 스승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들이 밀려올 때는 나의 몸과 정신과 영혼이 멈춰버리기도 한다 

라오스 촌사람 이선재

참 오랜만에 느껴지는 자극과 울림이다.

거의 30년을 바라보는 인연이었지만 틈틈이 짧은 잔소리나 뼈 있는 조언만을 들었고 머리로는 인정하며 가슴 깊은 울림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았다. 선배가 가는 길을 멀리서 바라보며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식해보고 배워보고 또 나의 실천으로 연결해보기도 했었지만 오늘 같은 자극과 울림은 처음이었다 

자신의 욕망과 해야 할 일을 오묘하게 연결하며 한국과 라오스를 유희하듯 넘나들었던 시간들 속에서도 타인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타인이 보기에는) 일을 내려놓고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자신의 일상과 삶을 만들어 온 몇 년의 시간들이 주는 자극과 울림은 이 전과는 사뭇 다른 깊이와 향기가 전해진다 

평소의 인기관리가 탁월(?)하고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잠깐 들리는 한국에서의 시간은 대통령의 하루 일정과도 비슷할 정도로 꽉 차있다. 물론 그 일정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고 조율하는 일정이며 일하듯 사람을 만나지 않고 낮술로 시작해서 저녁 해장술로 마치는 하루하루의 일정들이 라오스 촌마을 사람들과 많이 닮았다 

이야기꾼으로 살아라!”

선재형의 이번 한국행은 나름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제는 그의 현재가 되어버린 라오스에서의 넉넉하면서도 질퍽한 일상과 사유 그리고 그 속에서 터득된 대안이 아닌 기본에 대한 자연스러운 판단과 전망들을 우리에게 전하러 온 듯하다. 바쁜 일정에 도 리스트에 들어갔으니 감사하다. 벌건 대낮부터 지평 막걸리를 쏟아내었지만 농담하듯 던지는 말들 덕에 취할 틈 조차 없다. 나에게 품 대표가 아닌 이야기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일꾼이 아닌 이야기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고아원이 없는 라오스의 이야기, 그가 놀던 어린 시절 이야기, 시베리아 무당을 만났던 이야기, 허구와 허상으로 가는 듯 하는 지금의 마을공동체이야기, 타인에게 또는 자신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끊어진 단락으로 나누어진 것 같은 많은 이야기들은 한 흐름으로 연결되고 나에게로 전하는 직언으로 들려진다. 쉬운 듯 난해 한 삶의 태도나 본질 또는 불필요한 악다구니를 버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에 대한 통찰을 취하게 흘리고 있는 듯하다. 

대략 20통의 막걸리 병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나뒹굴고 있고 미세먼지 낀 봄바람조차 정겨운 시간이다. 심한기의 귀를 잡아당기고 그 뻣뻣한 털을 부비는 모습에 품 식구들은 숨겨진 통쾌함을 뿜어대며 자질어진다. 간만에 느껴지는 자극과 울림이다. 스스로 이야기꾼이 되어 돌아온 이선재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나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갑자기 네팔이 그리워진다. 품 안에서의 관계와 일상들을 다시 그려본다. 그리고 4월에 예정된 청년들과의 만남은 강사가 아닌 이야기꾼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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