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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의 아버지, 이준호를 만나다(주주를 만나다 끝!)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3-07-05 (금) 22:57 조회 : 1784
 
이준호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기 청소년문화복지아카데미 대학생 과정이 한창이던 이천 유네스코 문화원에서, 김민기의 친구를 열창하던 그를 처음 만났다. 김민기도, 친구도 잘 몰랐던 나지만,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과 아랫배를 묵직하게 울리던 뱃속 깊은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이듬해 품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품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나 아이들과 캠프가 있을 때, 청년들과의 교육과정이 무르익었을 때 꼭 한 번씩 현장에 들르곤 했다. 언제나 두 손 가득 소주를 사들고. ^^ 또 그는 품에 새 사람이 들어올 때나 나갈 때, 중대한 결정이 필요할 때도 함께 했었다. 언젠가 추석을 앞두고, 식구들을 불러 “민족 대 명절인데, 식구끼리 얼굴 한번 못 봐서 되겠냐” 하시며 저녁을 사주셨던 일이 기억난다. ‘바빠도 사람 놓치지 마라’ 하는 부드러움 다그침에 죄송함과 감사함이 함께 올라와 울컥했던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를 품의 아버지라 부른다.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심한기 대표님과 함께 품을 ‘싸질러 놓은’ 장본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품을 그만두고 치열한 자본사회의 한 복판에 서 있을 때에도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며 품의 대소사를 함께 해 온 때문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시면서는 국내에 안 계시는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한국에 들어오실 때는 꼭 한 번씩 품에 들르시곤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먼저 찾아뵙지 못했는데, 마침 10월 주주콜로키움에 모시게 되어 인터뷰를 핑계 삼아 그를 만나러 간다.
그를 만나러 안산에 간다. 4호선 수유역에서 그의 사무실이 있는 고잔역까지 지하철만 꼬박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다. 고잔역에서 99번 버스를 타고 무슨무슨 아파트 앞에 내리니 멀리 그가 보인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 보이는 우이동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 그의 빠른 걸음을 쫒아 빽빽이 둘러싸인 아파트 숲 사이를 걷는다.
우이동에도 있는 고잔의 방일해장국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어치우고 다시 그의 걸음을 쫒는다(헥헥..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아파트 숲을 지나니, 잘 정돈된 넓은 초록이 눈에 들어온다. 안산에서 유명한 호수공원이라고 한다. 삐죽이 솟은 아파트 말고는 가린 데 없는 하늘, 탁 트인 도로, 막힘없는 바람이 외국에 온 듯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저 멀리 그의 아파트가 있다.
고잔 새도시에 조성된 20만평 규모의 안산호수공원. 공연장과 다양한 체육시설, 갈대습지와 산책로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근린공원. 인공과 자연의 조화란 건 이런 걸까? 자연까지도 도시의 일부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놀라운 솜씨에 소름이 끼치다가, 여기저기 뛰어노는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그래... 그래도 아파트만 있는 것 보다야 낫지.
“여기로 올라가 보자.” 공원 한 귀퉁이 섬처럼 솟은 작은 산이 보였다. “이 공원에서 유일한 순수 자연이야.” 그의 설명을 들으며 계단을 오르니, 호수공원과 아파트 숲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꼬마 둘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은 채 총총 따라 올라와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대단한 능력이다). 평상에 앉아 차올랐던 숨을 고른다.
“이 공원을 봐라. 인공적으로 만든 거지만 자연이기도 하잖아. 우리 사는 것도 똑같지 않냐? 자본사회에 살면서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 있나? 산으로 들어가 혼자 사는 게 아닌 다음에야... 난 단절은 아니라고 봐. 본인들이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단절을 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더불어 사는 방식은 다양하겠지. 나는 돈을 벌어야 산다. ‘정신적 지주’만큼 쓸 데 없는 게 어디 있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어야지. 생존권이 걸린 일인데.. ‘조금만 기다려라, 기다려라’ 하면 뭐하냐고...”
잠시나마 품었던 그에 대한 의심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난 시간을 같이 하진 못했으나, 선배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그의 옛 모습은 빨갱이에 가까웠기에, 최근 몇 년간 보아왔던 사업가로서의 그의 모습에서 어떤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터였다. 어쩌면 ‘품’이라는 온실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자본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자본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힘을 가지는 것이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그 지키고자 하는 것 중에 하나는 ‘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산호수공원의 유일한 순수 자연인 산을 내려와, 인공으로 만들어진 갈대습지를 지나,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을 개천을 건너, 다시 아파트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역시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그의 뒷모습이 전장에 나가는 용사처럼 용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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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두레품 2008년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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